아무리 잘만든 게임이라도 사람이 플레이하지 않는다면 게임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때문에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게임 디자인 역시 사용자 중심으로 보통 설계되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 부정적인 경험을 한다면 유저가 이탈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경험을 의도적으로 게임이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다크 디자인 패턴(Dark Design Pattern), 짧게 다크 패턴이라고 부른다. 다크 패턴은 정보의 과잉, 은폐 혹은 착각을 유발하여 교묘하게 속여 사용자 정보를 취득하거나 불리한 계약을 이끌어낸 수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유저를 기만하는 속임수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외에서 사용되는 다크 패턴은 일반적으로 제작사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어 유저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정보를 가져간다던지, 해약을 어렵게 만들어 계약관계를 계속유지한다던지, 강제로 광고를 시청한게 한다는지 등 유저에게 불편함을 준다.
이는 위법인 것 같지만 교묘하게 위법성을 피하고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위장해 책임을 회피한다. 이는 최근에 들어 공정거래의 위반으로 규제를 점점 강화해나가는 추세로 작년 유럽 의회에서 발의한 디지털서비스법(DSA)에서 '다크패턴 규제'를 포함했으며 미국에서도 사생활과 관련된 다크 패턴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다만, 게임에서 다크 디자인 패턴은 이러한 사기 전략과 금전적 갈취보다는 속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으며 결과 또한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저가 이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유희의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이템 드롭 확률을 숨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정보의 은폐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이것을 일종의 게임요소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을 일종의 도전거리로 받아들여 즐겁게 즐기기도 한다. 이외에도 정보를 찾기어렵게 수많은 메모지 속에 힌트를 숨긴다던지, 비슷비슷한 아이템 외형으로 잘못선택하게 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있으며 이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일종의 게임적 경험으로도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요소는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하여 유저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불러 모은다. 때문에 이는 일반적인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재미의 여러 활용면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마조코어(Mascore) 장르의 게임들로 사용자에게 의도적으로 고통을 선사하는 게임들이 있다. 조작을 기괴하게 만든다던지, 유저가 반응할 수 없는 함정을 설치한다던지, 감각을 속이는 등의 다크 패턴의 활용을 통해 유저를 고통에 빠뜨린다. 대표적으로 아이워너비더 시리즈(I WANNA BE THE OOO), 국내에서는 항아리 게임으로 알려진 게팅오버잇(Getting Over It), 고양이 마리오 게임으로 알려진 쇼본의 액션(しょぼんのアクション)등이 있다.
이 게임들의 다크 디자인은 게임 시스템에 대한 불확신을 가져오게 하며 이를 통해 의구심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유저는 게임을 하면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사용하거나 어려움에 대한 적응을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오히려 유저에게 불편함을 주는 요소이지만, 도리어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유희적 재미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에게 호불호는 갈리지만 매니아층을 보유한 장르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사용자에서 벗어난 디자인이 다시 사용자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며 다크 디자인 패턴이 게임 디자인의 한 요소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다크 디자인 패턴과 비슷하게 불쾌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있다. 다크 디자인 패턴이 사용자 편의를 벗어났지만 일종의 유희적 가치로 작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면 불쾌한 디자인은 유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불쾌함을 가진 것을 말한다. 다크 디자인 패턴은 유저의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불쾌한 디자인은 이 불편함을 유저가 느끼는 것을 목표를 한다. 게임 디자인을 연구한 미구엘 시카트(Miguel Sicart)의 연구에 따르면, 불쾌한 디자인은 6가지 양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폭력적인 피드백 양식 -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 과도한 폭력성 사용하는 양식이다. 가령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질 때 진 사람이 뺨한대 맞기같은 규칙을 설정할 때 이 피드백 양식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전달 수단으로 지나친 빛이나 과도한 소리등을 사용한다면 해당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2) 불공정한 디자인 양식 - 일반 사용자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 난이도와 게임룰 적용하는 양식을 말한다. 단순히 어려운 수준을 넘어 불합리함을 느낄정도가 되면 해당 양식이 된다. 즉사패턴을 남발하는 보스몬스터나 플레이어의 스펙을 제한한 상태에서 어려운 과제를 주는 것들이 이것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3) 플레이어 속이기 양식 - 목적과 룰을 속이거나 왜곡하는 것들을 말한다. 플레이어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것 퀘스트라고 말하면서 알고보니 해당 NPC를 해하는 퀘스트라던지, 해당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승리를 위해서 해당 공간을 벗어나야한다 등이 이 양식에 해당된다. 이는 다크 디자인 패턴에서도 활용되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게하기를 목표를 일부러 꼬아놓은 것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다.
4) 감각적 혼란 양식 - 사용자을 감각을 혼란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각과 오감을 속인다던지, 화면을 360도 돌리는 것을 반복하여 플레이어가 멀미를 느끼게 만든다던지, 아무것도 안보이는 검은 공간에서 헤메게 만드는 일들이 이에 해당 된다.
5) 사회적 불쾌함 양식 - 사회적 관습에 용납하기 어려운 소재나 피드백을 통해 사용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살인같이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는 소재를 사용하였다던지, 노출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6) 불쾌함의 시너지 양식- 1~5까지 양식들을 결합하여 상위의 불쾌감을 불러오는 방식이다.
이처럼 불쾌한 디자인은 사용자가 불쾌감을 느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이런 방식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지만 불쾌한 디자인은 게임밖의 사람들에게 사유할 거리를 주는데 의미가 크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게임을 하면 해당 게임에 몰입하여 그 세계관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게임의 구조가 비틀리면 몰입감은 깨지게 되고 사용자는 게임 내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프레임의 분리로 왜 사운드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사용자는 게임과 거리를 두게 된다. 불쾌한 디자인은 이렇게 사용자를 분리시켜 왜 이런 불쾌감을 느끼게 되었는지 사용자를 생각하게 만듦으로서 반성적인 사고를 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사례로 Covetous라고 하는 플래시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색과 사운드를 통해 유저에게 의도된 불쾌감을 주어 이게 무슨 의미를 주려는 것인지 사용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며 엔딩을 보고난 이후 스스로 해석해보게 만든다.
오늘은 게임속에서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주면서 게임적 유희를 찾는 다크 디자인과 이 불편함을 목표로 하는 불쾌한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참고자료- Ganbold, U., Yu, H.-B., & Sung, J.-H. (2017, October 31). Abusive Game Deisgn and Introspect Game play through Goffman"s frame analysis. Journal of Korea Game Society. Korea Academic Society of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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