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퍼즐 <The Looker>
※본 리뷰는 THE LOOKER에 대한 플레이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The Looker![]() 링크: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985690/The_Looker/ 플랫폼: 스팀 개발:Subcreation Studio 배급:Subcreation Studio 장르: 퍼즐, 패러디, 코미디, 탐험 한글화 여부: △(한글이 없어도 지장 없음) 가격: 무료 플레이타임:50분~60분 |
게임 플레이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여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던지,
적들을 무찌르고 목표를 향해 다가간다던지,
이런 플레이 방식을 게임은 액션이나 어드벤처의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그 과정을 흥미롭게 이끌어나간다.
특히 이 분야에서 아주 오랫동안 활용된 방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퍼즐이다.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출제자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인 퍼즐은
단순히 게임의 보조로 구성을 풍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서
활약할 정도로 게임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아무리 퍼즐을 최대한 배제한 게임이라고 해도 게임에서 주어지는 정보들을 얻어가며
게이머들은 다음에 해야 할 상황을 추측하며 행동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게이머들은 최종 목표에 다가간다.
가령 퍼즐이 없는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해도,
게임의 목표(누군가의 구출, 목표지점 도달)가 제시되는 순간, 게이머는 상황
을 분석(함정들과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것들)하고 다음에 해야 할 행동들을
선택하며(물품의 구매, 함정에 대비할 전략 구상)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른
해결 방식을 도입하고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이룬다.(클리어)
게임 안에 머리 쓰는 퍼즐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플레이하면서
거대한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즉 절대다수의 게임들은 이런 퍼즐식 문제풀이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목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주고 해결해나가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것에 충실하지 못할 때 비직관적인,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임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다만 퍼즐이 게임에서 활용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 또 한 가지가 있는데
게임 속 퍼즐은 어디까지나 게임이어야 하지 시험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위해 공포게임을 하나 플레이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뒤에는 짐승에 가까운 살인마가 플레이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해당 장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살인마를 피해
열쇠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에
최후에 현관문에서 열쇠를 넣고 돌리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기용 블록 퍼즐이었다.
이 순간 플레이어는 앞서 쌓아온 긴장감이나 몰입감을 잃고
퍼즐을 마주하게 된다. 상황 이해 없이 튀어나온 퍼즐은 그저 짜증 요소이기 때문에
퍼즐은 최대한 분위기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적어도 퍼즐이 끔찍한 인체모형이라던지
저택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살인마의 유일한 인간성이 드러난 블록이라던지(물론 사전 설명이 없으면
맥이 빠지는 것은 여전하다.) 최소 이 퍼즐이 이 게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제시되어야 한다.
물론 제시되어있다고 해서 끝인 것은 아니다. 다음 예시를 통해서 설명해보겠다.
이번에는 좀비가 가득한 병동에서 탈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자였던 당신은 비밀리에 폐쇄된 이곳을 찾아와 여러 일지들을 통해 비밀 세력이 감추려고 했던 끔찍한 비밀들을
보게 되었으며 이곳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고자 한다.
당신은 컴퓨터 단말기를 해킹하여 해당 정보를 우선 메일로 전송하고자 한다.
컴퓨터를 해킹하기 위해서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패스워드의 힌트는
병원 원장이 마지막으로 실험을 끝냈던 날짜였다.
당신은 해당 내용을 일지에서 어렴풋이 본 기억을 더듬으며 얻은 일지들을 확인해보는데...
이런 제기랄 일지가 너무나 많다!
대다수의 일지는 날짜가 아닌 특정한 제목으로 되어있으며 안에 들어가서
내용을 읽어보아야만 기간이나 특정 정보를 알 수 있다.
일지들은 연구기관의 끔찍한 비밀도 들어있지만 병원 조식메뉴나 어린아이 낙서 같은
붉은 청어에 가까운 단서들이 많이 섞여 있어 탐색에 지장을 준다.
당신은 제작자가 답안을 적어놓은 페이지를 찾기 위해 모든 정보를 뒤져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게 된다.
텍스트의 과잉은 사람에게 엄청난 피로감을 주고 이를 찾는 과정의 번거로움은 게임을 해결할 의지보다
끄고 싶은 순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인 정보를 거의 주지 않고 답을 찾으라는 상황 똑같이 게이머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는 앞서 말한 직관성과도 연결된 부분이며 개발자 게이머가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는 아이템 탭을 분리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제공되고 스토리와 설정을 부연 설명하는 일지는
일종의 수집 요소로 취급되게 설정한다.
지금까지 퍼즐이 게임 내에서 시험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예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는데
이는 게임이 '재미있거나 흥미로워야 한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에서 출발해 만든 규칙이고
실제로는 이 규칙을 어기는 게임 역시 상당수가 존재한다.
또 어겼다고 해서 무조건 망작인 것도 아니다. 그만큼 유저가 퍼즐을 받아들이는 것은
게이머의 취향만큼이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이 재밌고 흥미로워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있다면, 퍼즐이 그 재미와 흥미를
지켜줘야 한다는 점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서론이 조금 길어지긴 했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퍼즐게임의 어려운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퍼즐이 주가 되는 게임에서 밸런싱이나 취향 문제가 발생하는 점이
위와 같은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참신한 퍼즐을 만들기에는
개발자가 창작의 고통을 겪을 것이고 기존의 퍼즐을 활용할 때는
타 게임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게임요소를 넣어야 하며 그것이 없을 경우 아류작, 표절작
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것을 거친 뒤 퍼즐이 게임의 환경과 잘 융화되어야 하며
게이머가 퍼즐을 해결할 단서를 적절히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조금 덜 주거나 더 줄 경우 난이도는 널뛰기를
뛰며 너무 쉽다, 너무 어렵다를 오가게 된다.
또한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쉽게 질릴 수 있고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다른 패턴과 기믹을 선보여야 하는데 이 것 역시 쉽지 않다.
필자 역시 머리 쓰는 겜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게임은 퍼즐을 통한 성취보다 푸는 과정에서
얻는 스트레스로 인해 쉽게 지쳐 퍼즐 장르에는 쉽사리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다 이 무료 게임이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당 게임을 설치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쉬워서 플탐이 짧은 것은 아닌지 기대 반 걱정 반을 하며.
THE LOOKER는 퍼즐게임 THE WITNESS의 패러디 게임이다.
THE WITNESS는 오픈 월드형 퍼즐게임으로 수작이긴 하지만 게임으로서의 요소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퍼즐을 위한 퍼즐. 퍼즐 해결 보상으로 제공받는 퍼즐 등,
퍼즐을 푸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퍼즐을 해결함으로써
다음의 상황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임성을 크게 느끼기 어려워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THE LOOKER는 이런 퍼즐적 요소를 유머로 꼬아 THE WITNESS와 다른 방향의 퍼즐게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면 THE LOOKER 역시 THE WITNESS와 동일하게 오픈월드에 흩뿌려진
퍼즐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동일한 느낌이 받아가는 와중에, 이 게임.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있다.
THE LOOKER에서 느낀 가장 큰 점은 퍼즐이 유머요소로 잘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은 시작부터 끝까지 START와 END. S와 E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옵션에서도 START와 END를 이어서 설정해야 한다. 플레이어들은 확실히 인상을 받게 된다.
이 게임에서는 START와 END를 잇는 것이 주 방법이라고. 이 방식을 머리에 담고 다음 퍼즐을 마주할 때
플레이어는 점차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힌트마저도 START와 END를 이어서 듣네?
여기 퍼즐은 START와 END를 연결할 수 없는데? 어 뭐야 굳이 머리 안 써도 둘만 연결하면 어떻게든 끝이네?
가장 간단한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플레이어들은 기상천외한 퍼즐을 보며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그 과정에서 실없는 유머와 본인의 기괴해지는 시도들은 덤이다.
THE LOOKER는 START와 S로 시작하여 E와 END로 끝난다.
물론 그 과정에서 START는 END와 이어진다는 점을 제외하고 규칙을 박살 내게 하였으며
참신한 시도를 해보게 만들었다.
퍼즐의 규칙을 깨는 방식의 시도는 'BABA IS YOU' 초기 레벨에서 플레이어가 규칙을 재정의할 때처럼
플레이어의 잔머리와 스스로 답안을 만들어냈다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THE LOOKER는 앞서 말한 퍼즐게임이 지켜야 할 요소를 지키는 편이며 해결의 단서가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잘 제시되어 있다. 또 단순히 시작과 끝을 잇는 미로 퍼즐을 자신의 유머 코드로 잘 승화하였으며
플레이어가 퍼즐에서 막히지 않게 난이도를 적절히 설정하였다.
물론 중간에 수풀 미로의 퍼즐책이나 태양열 퍼즐 같은 경우 플레이어가 조금 머리를 써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힌트가 플레이어의 직관이나 조금 심도 있는 생각을 요구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다만 이 파트들보다는 틀을 깨고 즐겁게 플레이하는 파트가 많고
그 즐거움이 이 아쉬운 점을 눌러주어 끝까지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필자가 플레이 이후, 도전과제까지 전부 달성하는데 약 8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무료게임치고는 볼륨이 있으며 달성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본인이 퍼즐게임에 약하다고 해도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으며
영어실력이 없다고 해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지장은 없다.
간단히 즐길만한, 혹은 유쾌한 퍼즐게임을 찾는다면 THE LOOKER를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