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공부는 끝이 없다

게임 공부 4 - 현실과 게임을 오가는 게이머들, 프레임 분열

gamburger 2023. 5. 21. 23:55

 

이세계 입장권 클리셰가 되어버린 트럭.

 

이세계물이라는 말이 있다. 만화나 소설 장르에서 이세계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르로 2010년대에 해당 장르가 인기를 끌며 시장을 점령할정도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다. 전개방식들에는 작품 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현실에 살던 주인공이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이세계와 접촉하게 되고 트러블을 겪게 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이세계로 오면서 특별한 능력을 얻거나 새로운 만남, 상식이 다른 사람들과 부딫히며 현실에선 체험할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이 점이 현실의 무게를 잊고 독자들로 하여금 대리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어 해당 장르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분석된 바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독자가 주인공의 행위로 인해 대리적인 만족감을 느꼈다는 것인데, 작품에서 이세계로 가서 힘을 얻고 경험을 하는 것은 작품안의 주인공이지, 현실의 '나'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텍스트와 그림으로 전달받았을 뿐 관찰자인 우리가 같은 경험을 얻은 것처럼 주인공에 몰입을 하고 환경에 대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같은 경험을 얻은 것처럼 몰입했는데도 현실에서 실제로 동일시화 하는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현실 속 우리가 작품 속의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그 것을 체험으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일까?

 

 

 

프레임은 우리를 둘러싼 하나의 세계다. 특히 현실세계는 원프레임이라고 한다.

 

 

 

프레임(Frame)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프레임은 일반적으로 쓰는 동작을 구성하는 개별 이미지인 게임 프레임, 초당 프레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프레임은 원뜻대로 창틀, 테두리, 골격을 바탕으로 한 의미로 우리 주변을 둘러싼 하나의 세계를 지칭한다. 그 중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물리 세계, 이 중 아무런 주변 개입이 없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상태의 현실원(元)프레임(Primary Frame)이라고 한다. 

 

 

이런 원프레임에서 살고 있던 사람이 특정한 사건, 상황을 마주하고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한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게 되는데 이런 새로운 프레임의 형성과정을 리프레이밍(Reframing), 프레임을 이동하게 되는 과정을 키잉(Keying)이라고 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이 틀안에서 우리는 그 세계만의 규칙으로 해당 세계와 상호작용한다.

 

 

 

 

머리속에서 책 속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은 머리속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그 세계속에서 우리는 그 규칙에 따라가기에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가능해진다.

 

 

가령 우리가 소설책을 읽는다고 했을 때, 우리가 책을 펼치는 과정은 키잉이 되며, 소설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세계관을 머리속으로 그려낸다면 리프레이밍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 키잉이라면, 그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머리속으로 얻고 이해를 하게된다면 그 게임세계에 대한 프레임을 생성하게 됨으로 리프레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프레임은 부서지고 소실되며 다시 재창조된다. 이 모든 것이 프레임 분열이다.

 

 

프레임은 프레임안에서도 계속 생성될 수 있고 원프레임을 제외하면 프레임은 파괴(Breaking frame)될 수도 있다. 이 파괴과정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상황을 무시하거나 프레임의 종료로 인해 유도되며 해당 프레임이 더 이상 역할을 하지 않는 프레임의 소실로 이어진다. 이를 탈프레임(Out of frame)이라고 한다. 이러한 프레임의 생성과 파괴의 체계를 가리켜 프레임 분열(Frame Disruption)이라고 한다.

 

우리가 게임을 끄면 해당 게임에 대한 프레임은 종료되어 프레임은 파괴될 것이다. 그리고 이 파괴로 인해 우리는 게임이란 세계에 대한 몰입을 종료하며 탈프레임과정을 마치고 현실에 일에 집중하게 된다.

 

 

 

 

 

 

 

각기 다른 프레임을 인지하고 그 프레임의 규칙대로 따라갈 수 있어서 현실의 나와 게임 주인공의 나가 각기 존재할 수 있다.프레임 종료시 게임 주인공의 나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살인마가 나오는 게임을 해도 현실에서 살인마와 동일시하지 않고 심즈를 해도 시장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임과 동시에 게임 속 세계와 현실 속 세계를 명확히 분리하고 지낼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우리가 그 프레임 안에 있는 동안 우리는 정말 그 세계관(정확히는 그것을 보고 우리가 만들어 낸 프레임안)을 즐겼고 그 프레임에서 나왔다면 현실의 나로 다시 되돌아갔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테마를 기초한 게임 환경에 대한 사용자 경험에 관한 연구를 한, 에쉴리 브라운(Ashley Brown)은 다크테마 게임의 게임플레이와 플레이어의 윤리관에 대한 연구에 이 프레임 분석을 활용하였고 그 결과 어두운 테마를 가진 게임이 가진 사용자 경험이 현실의 도덕적 판단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때문에 우리는 게임 속에서 살인을 저지른다고 현실 속의 살인자와 동일하게 되지 않는 것이다. 살인을 저지른 게임속의 프레임은 원프레임으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몰입을 종료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이세계물에서도 즐기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세계 용사가 된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그것을 체험의 일종으로 생각하게 된다. 때문에 그 과정이 일종의 감상이나 느낌을 사람에게 남길 순 있어도 동일시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상상하고 이해할 수 만 있다면, 작품을 넘나들며 모든 존재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작품에서 나오는 순간 그 벗어나게 된다. 일종의 아바타를 갈아끼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프레임에 접속할 때마다 생성되는 '나'에 대해 혼란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해당 케이스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로 게임이 아니더라도 발생하며, 일반범주를 넘어 병적범주에 가깝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한 기술은 넘어가도록 하자.

 

 

 

 

 

키는 말그대로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게 들어가는지, 나오는지에 따라 키잉 역시 나뉜다.

 

 

이전에 나왔던 키잉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보자. 프레임 분열에서 프레임 이동에 따라 키잉은 두 종류로 나뉜다. 원프레임에 바탕한 새로운 프레임이 형성될 경우 업키잉(Up-Keying)이라고 하고 반대로 원프레임의 방향으로 회귀하는 것을 다운키잉(Down-Keying)이라고 한다. 

 

 

이를 게이머관점으로 쉽게 말하자면 게임에 접속, 집중하게 만드는 것을 업키잉, 게임을 끄고 싶고 싶게 만드는 게 다운키잉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게임들은 유저들을 업키잉되도록 유도한다. 게임의 재미, 플레이 경험이 해당 될 수 있고 유도방법으로는 출석 이벤트, 새로운 스토리 소식 등이 이에 해당 된다.

 

 

 

 

 

결국 게임은 어떻게 끝내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야 다시 찾아오니까.

 

다만 그렇다고 다운키잉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없다. 결국 우리는 원프레임을 살아야하기에 게임을 종료해야 하는 다운 키잉의 순간이 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다운키잉을 긍정적으로 발생시키는지, 부정적으로 발생시키는지가 있다.

 

 

 

긍정적 다운키잉의 경우, 게이머들이 알아서 종료하고 다시 접속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 때 우리는 게임을 끄면서도 다음에 다시 접속할 때 할 것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종료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다운 키잉은 다시 업키잉을 유도하게 된다.

 

 

부정적 다운키잉은 다시는 게임을 키고 싶지 않은, 지루함, 게임경험이 불쾌함을 느꼈거나 높은 피로감등으로 인해 종료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정적 다운키잉은 해당 프레임에 다시 접속하게 되는 것을 꺼리게 만들어 업키잉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게임회사들은 이 다운키잉을 야기할 수 있는 불쾌감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 개똥겜"하면서도 다시 게임을 붙잡는다면 불쾌감요소가 다운키잉만을 이르키는 게 아닐 것이다.

 

 

다만, 이전 게임공부에서도 언급했다싶이, 이런 불쾌감 요소들이 항상 부정적 다운키잉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고 때론 극적인 몰입감과 재미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에 게임은 다크 디자인 패턴의 사용에 있어서 유저의 성향, 경험의 차이여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 게임 속 다크 디자인 패턴에 대해 조금 더 알고싶다면...

 

 

 

 

 

이와 같이 현실의 프레임과 게임의 프레임을 구분하여 프레임의 이동과 몰입 그리고 프레임의 해제와 변형의 과정은 비단 게임의 문화적 속성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의 룰과 형태에 까지도 관련되는 것으로 게임의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오늘은 유저가 게임을 키고 끄게 만드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프레임 분열에 대해 알아보았다



참고자료- Ganbold, U., Yu, H.-B., & Sung, J.-H. (2017, October 31). Abusive Game Deisgn and Introspect Game play through Goffman"s frame analysis. Journal of Korea Game Society. Korea Academic Society of Games.